지난주 원·달러 환율이 1485원을 터치했습니다. 지난 4월 트럼프 관세 전쟁 당시 이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겁니다. 솔직히 저는 뉴스에서 "수출 호조", "반도체 역대 실적" 같은 이야기만 듣다가 환율이 이렇게 오른다는 게 처음엔 이해가 안 됐습니다. 경제가 좋으면 원화 가치도 오르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싶었는데, 막상 들여다보니 구조가 훨씬 복잡하더군요.

수출은 잘되는데 왜 환율이 오를까?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부분입니다. 올해 9월까지 3분기 누적 경상수지는 135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출처: 한국은행). 29개월 연속 흑자입니다. HBM은 내년 차까지 완판 됐고, D램 단가는 동량의 금보다 비싸진 상황입니다. 여기서 경상수지란 한 나라가 다른 나라와 거래하면서 벌어들인 돈과 나간 돈의 차이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무역으로 얼마나 달러를 벌었는지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들어온 달러만큼,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은 달러가 다시 나간다는 점입니다. 제가 주변 지인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요즘 미국 빅테크 주식에 투자하지 않는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렵습니다. 저 역시 포트폴리오에 미국 주식 비중을 늘려왔는데, 이런 개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모이면 환율에 실제로 영향을 준다는 걸 이번에 실감했습니다.
올해 들어 이달 11일까지 서학개미들은 미국 주식을 약 270억 달러, 우리 돈 40조 원어치 순매수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9천억 원 가까이 순매도했습니다. 10월만 봐도 무역수지 흑자가 60억 5천만 달러였는데,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순매수는 68억 5천만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국경 넘어 들어온 달러보다 나간 달러가 더 많았다는 얘기입니다.
여기에 한미 무역 협상이 발효되면 매년 2백억 달러 전후의 추가 유출이 적어도 10년은 계속될 거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시장에서는 이런 구조적 요인 때문에 환율이 더 오를 거라고 보고 베팅하는 세력이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래도 수출이 잘되면 괜찮지 않나?" 싶었는데, 실제로는 들어오는 달러와 나가는 달러의 흐름을 동시에 봐야 한다는 걸 이번에 배웠습니다.
기업들도 달러를 안 바꾸는 이유
환율이 오르면 수출 기업들이 달러를 원화로 환전해서 임금도 주고 보너스도 주면 시장에 달러가 풀려서 환율이 안정되지 않을까 기대하게 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좀 달랐습니다.
수출 기업들 입장에서 환차익과 환차손은 장부를 쓸 때 핵심적인 변수입니다. 환율이 더 오를 것 같은데 지금 대규모로 달러를 원화로 바꿨다가, 나중에 환율이 더 오르면 내년 주주총회에서 경영상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환차익이란 환율 변동으로 기업이 얻는 이익을, 환차손은 반대로 입는 손실을 의미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환율 예측을 잘못해서 손실을 보면 주주들에게 책임을 져야 하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최근 수출 기업들은 달러 대금 환전을 상당 기간 미루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이 부분이 참 아이러니하다고 느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은 "달러가 더 오를 것 같으니 미국 주식을 사자"고 생각하고, 기업들은 "환율이 더 오를 것 같으니 달러를 쥐고 있자"라고 생각하는 거죠. 결국 다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또 하나 신경 쓰이는 건 원화의 동반 약세 현상입니다. 원·달러 환율만 오르는 게 아니라, 원·유로 환율도 지난주 1700원을 돌파해 15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출처: 한국은행). 원화 대 스위스 프랑 환율은 1830원으로 역대 최고치입니다. 달러 이외의 주요 통화와 비교해도 환율이 짧은 기간 7% 전후 올랐다는 건, 원화 가치가 전방위적으로 빠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과거에는 위안화나 엔화에 원화가 동조하는 '커플링' 현상이 있었는데, 올해는 그런 공식도 잘 안 먹힙니다. 1위안당 원화 가격은 어제 206원을 넘어서 2014년 원·위안 직거래 시장 개장 이후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올해 하반기에만 원·위안 환율이 9% 가까이 올랐습니다. 원·달러 환율보다 상승폭이 더 큽니다. 위안화는 관세 전쟁 속 중국 경기 부진으로 약세인데, 원화는 그보다 더 빠지고 있는 겁니다.
정리하자면, 환율 상승은 단순히 미국 경제가 강해서만은 아닙니다.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 개인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로 인한 달러 유출
- 수출 기업들의 환전 지연으로 시장에 달러 공급 부족
- 한미 무역 협상 발효 시 구조적 달러 유출 예상
- 주요 통화 대비 원화의 전방위 약세
저는 이런 환율 흐름을 보면서 한 가지 확실히 느낀 게 있습니다. 환율은 단순히 경제 지표 하나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와 행동이 모여서 만들어진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심리는 대부분 "더 오를 것 같다"는 불안에서 출발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요즘 환율 뉴스를 볼 때마다 제 포트폴리오를 다시 점검하게 됩니다. 달러 자산에 너무 쏠려 있지는 않은지, 그렇다고 원화만 쥐고 있기엔 불안하지 않은지. 환율이 오를지 내릴지 맞히려고 하기보다는, 어느 한쪽으로 너무 기울지 않게 균형을 잡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환율이 계속 오르면 결국 기름값도 오르고 수입 물가도 오르니까요. 투자 수익이 나도 생활비가 오르면 체감 경기는 나아지지 않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구두 개입성 발언을 하긴 했지만, 구조적인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워 보입니다. 결국 환율은 시장이 결정하는 거니까요. 저는 앞으로도 환율 흐름을 주의 깊게 보면서, 제 자산 배분을 조금씩 조정해 나갈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