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20년부터 삼성전자를 모아 왔습니다. 어느새 650주가 됐고, 중간에 더 사기도 했고 그냥 들고만 있던 시간도 길었습니다. 요즘 반도체가 다시 뜨겁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HBM4 양산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슈퍼사이클'이라는 말도 다시 등장했습니다. 국민연금의 상장사 주식 평가액이 한 분기 만에 70조 원 가까이 불었고, 그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늘려준 평가액만 47조 원 정도라고 합니다(출처: KBS 경제콘서트). 뉴스만 보면 지금이라도 당장 사야 할 것 같은 분위기인데, 솔직히 제 마음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HBM4 양산과 실적 전망이 만든 착각
일반적으로 실적 전망이 좋아지면 주가가 오른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조금 다릅니다. 올해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인 HBM4 양산이 본격화된다는 전망이 시장에 퍼지면서 반도체 투톱이 파죽지세로 달리고 있습니다. 여기서 HBM(High Bandwidth Memory)이란 AI 반도체와 그래픽 카드에 들어가는 초고속 메모리를 의미합니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기존 메모리보다 월등히 빠르기 때문에 AI 시대의 핵심 부품으로 꼽힙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그리고 미국의 마이크론이 HBM 시장을 나눠 갖고 있는데, 최근 마이크론이 3분기 실적 가이던스를 상향하면서 주가가 크게 올랐습니다. 마이크론은 올해 HBM4 라인을 대규모로 증설하겠다는 계획도 내놨습니다. 시장에서는 이 증설이 판도를 바꾸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저도 처음엔 "마이크론이 공격적으로 나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위협받는 거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몇 년을 들고 있으면서 느낀 건, 반도체 시장은 한두 분기 실적으로 판가름 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HBM4 양산이 본격화되더라도, 누가 먼저 안정적인 수율(양품률)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여기서 수율이란 생산한 제품 중 정상 작동하는 제품의 비율을 의미하는데, 반도체처럼 고난도 공정에서는 이 수율이 곧 수익성과 직결됩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고, 삼성전자는 뒤늦게 추격에 나섰습니다. 마이크론의 증설 계획은 분명 변수지만, 실제 양산 능력과 고객사 검증을 통과하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제 생각엔 단기적으로 마이크론의 증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기보다는, HBM 시장 자체가 그만큼 크게 성장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국내 증시 분석 자료를 보면 "HBM 수요는 공급 증가 속도를 훨씬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즉, 누가 더 빨리 많이 만드느냐의 경쟁이지, 파이를 나눠 먹는 제로섬 게임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지금이 매수 타이밍인가, 차익실현 구간인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워낙 가파르게 오르다 보니 FOMO(Fear Of Missing Out, 나만 놓칠까 봐 조급한 심리)와 고점 공포가 동시에 옵니다. 저도 2020년에 샀을 때 나름 고점 논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몇 년을 지나 보니, 중요한 건 '그때가 싸냐 비싸냐'보다 '버틸 수 있느냐'였다는 걸 느꼈습니다.
일반적으로 주가가 최고치를 경신하면 "이제 팔아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단기 트레이더의 관점입니다. 장기 보유자라면 지금 주가보다 내 포트폴리오에서 해당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을 먼저 봐야 합니다. 저는 삼성전자가 전체 자산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 매수는 예전처럼 공격적으로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미 비중이 크기 때문에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습니다.
소부장(소재·부품·장비)으로 우회하는 전략도 많이 언급됩니다. 낙수효과를 노리는 접근인데, 솔직히 말하면 저는 '잘 아는 기업'이 아니면 쉽게 손이 가지 않습니다. 삼성전자도 몇 년을 들고 있으면서 겨우 익숙해졌는데, 그보다 변동성 큰 종목을 추가로 늘리는 건 저한테는 부담입니다.
현재 시장 구조를 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두 개의 엔진이 시장을 끌고 가고 있습니다. 코스피가 6000선에 안착하고 장중 최고치를 경신하는 모습이지만, 실상은 특정 업종으로의 쏠림이 심한 구조입니다. 이런 장은 강해 보이지만, 동시에 균형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만약 반도체에 작은 변수라도 생기면 지수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이렇게 정리합니다. 삼성전자 650주는 유지하되, 추가 매수는 천천히 합니다. 시장 분위기에 휩쓸리기보다 제 평균 단가와 비중을 먼저 봅니다. 결국 중요한 건 "지금 사도 되나요?"보다 "내 자산에서 이 종목이 얼마나 차지하고 있나?"인 것 같습니다.
반도체 투자에서 고려해야 할 핵심 요소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포트폴리오 내 비중 관리: 한 종목이 전체 자산의 몇 퍼센트를 차지하는지 점검
- 평균 단가 추적: 현재가가 아니라 내 평균 단가 대비 얼마나 올랐는지 확인
- 시장 쏠림 리스크: 특정 업종에 과도하게 집중되지 않았는지 체크
몇 년을 들고 있으니 알겠습니다. 삼성전자는 단기 승부 종목이라기보다, 시간을 버티는 사람에게 유리한 종목이라는 걸. 지금이 꼭 최적의 매수 타이밍인지 저는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흔들릴 때마다 다 팔고 다시 쫓아가는 방식은 하지 않겠다는 생각은 분명해졌습니다. 삼성전자 650주는 단순한 종목이 아니라, 제가 몇 년간 시장을 버틴 기록이기 때문입니다.